수 해 전 추석 멀리 있던 온 형제 식구들 다 모여서 시끌벅적한 명절
하루를 보내고 하나 둘씩 다들 아주 당연하게 그들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우리 식구도 대문 앞에 세워둔 차로 간다. 얘들이 오르고 나도 그리로 가는 데
엄마가 버선 발로 급히 나오신다. "엄마 와요" 그냥 뻘쭘히 서 계신다.
"차 밀리기 전에 빨리 갈께요" 나도 그냥 그렇게 간다
그 당신도 아무 말 없이 그냥 몇 발 자욱만 따라오신다. (왜 갑자기 눈이 흐리지...)
우린 빠이 빠이 하면서 즐겁게 신나게 그렇게 헤어졌다.
그 순간은 몰랐었다. 한 참을 지나서야 아 그랬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빠져 나가버린 텅 빈 자리를 바라보시며 공허함을
서러움을 당신의 눈물로 주름진 손등으로 서서히 아주 조금씩 채워 나가시겠지라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뱃 속에서 꺼억 하는 소리가 나더니 눈물이 확 터져 버린다.
일상으로 돌아와 삶과 삶의 환경에 빠져 잊어버리고 있던 그 후 어느 날
그 당신은 오신 그 곳으로 영영 "돌아"가 버리셨다
그 때 그 버선발 하며, 하고픈 말 손에 쥐시고도 끝내 드러내 보이지 않으시고
그렇게도 어색하게 뻘쭘히 서 계시던 그 모습이 육신을 떠난 지금 이 시간도
이 못난 불효 자식 또 다른 잘못을 남에게 저지를까봐 걱정되시어
시마다 때마다 이렇게 이렇게도 한없이 울려되고 가슴을 찢어 짖이겨
통한의 불효를 되새겨 내 삶을 다시 한번 되집어 보아 그런 잘못을 막아 주신다.
일년에 두서너 차례 만나면서도 우린 서로를 형제간이라 생각하고 또 형제라 칸다
일년에 한 두 번으로 형제의 정을 느끼며 형제로의 관심을 다했다 할 수 있으며
형제의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자신 할 수 있을까.
세상살이의 키워드 더욱 성공의 요체를 "관계"human relationship라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 관계라는 게 "관심"을 먹고 자란다.
"관심"을 먹지 않고 "관심"을 먹이지 않는다면 "관계'는 죽어 없어 지든가
아님 "관심"을 먹을 수 있는 다른 곳으로 그 자리position를 옮기게 된다.
우리 주변에 너무 흔하다. 어제의 그가 오늘 전혀 딴 사람이라고
울고 불고 그럴 수 있냐고 풀풀 뛰고 동네 방네 떠들고 다닌다.
허나 그대의 "관심"을 먹지 못한 바로 그 "관계"는 이미 사망 했다, 떠나버렸다.
결코 어제 하루만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상당의 시간 동안 "관계"가 굶고 있었다.
한 번 뒤집어보자 언제부터 내가 "관심"을 먹이지 아니했던가를.
"관심"은 돌부처도 눈 뜨게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일주일에 일요일 날 딱 한번
주일이라고 교회 가는 교인들의 하나님에 대한 "관심"도가 어느 정도이며
그런 정도로 하나님과의 "관계"가 원만할까 싶다.
하기야 하나님은 사랑이신지라 우리네의 "관심"에 대한 기준과는 다를 것이다.
서울이란 같은 하늘 아래 바로 지척에 있으면서도 잊고 까맣게 잊고 산다.
바쁘다는 둥 손님 오신다는 둥 여가가 없다는 둥 회사에 급한 일이 있다는 둥
피곤하다는 둥 와이프가 좀 어떻다는 둥 내일이 뭐라는둥 얘들 학교가...같잖은
이유 등으로 더욱이 전화 한 번도 편지 한번 못한 채 까맣게 잊고 살아 간다.
누구의 생일 어느 선대 조상의 제사같은 전갈도 세월따라 점점점 사라져간다
어느 분의 "말씀"처럼 잘 포장하여 박물관으로 보내질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어차피 죽어 못받아 먹을 제사상이라면 살아 생전에 후손들로부터 마니 많이
받아 먹고 가야 덜 억울할 것 같은 데 살찔까봐 그리도 못하겠고...
blog가 처음 등장할 때 신문을 포함한 메스미디아들이 그 효용을 앞 다투어
많은 지면을 매일 같이 할애 했었었다. 그런 어느 날 hanmir에 들어가 일기처럼
그냥 한 번 적어 본 게 나의 첫 경험. 그러다 국경 없는 내 삶의 환경은
그런걸 기억할 여지도 주지 않은 채 blog를 망각의 저 먼 밑창으로
가라앉히고야 말았었다.
어떤 연유인지는 기억이 안나나 여기 대구에 출장와서 밤 늦게
컴에 붙어 있다가 문득 hanmir의 blog를 추억하게 되고 그리고 들려본다.
그 날 한바탕 돌아 다니고 뭔가 글쓰기를 했는 데 어느 분께서 리플을 달아주셨다.
(실명id을 밝히지 못함이 매우 유감이다, 혹이라도 그 분의 paran공간 활동에 지장을
주게 될까 봐서다. 물론 나 역시도 지금까지 그 분에게 그런 내색을 한 적이 없다.)
가슴 찡하게 전해지는 따끈따끈한 리플이 넘 신기하고 넘 반가와 엄청 친했던
친구를 아주 오랜만에 우연히 만난 그런 아니 그 이상의 기쁨과 희열이었다.
다시 만날걸 기대하면서 글쓰고 또 쓰고 리플에 답글로 또 그 님의 blog로
놀러도 가보고 인사도 하고 그 분 찾아 오시는 님들의 면면을 살펴보기도 했다.
이 때까지도 방명록의 용도를 몰랐었다. 이곳 저집 이 저사람을 만나도 보고
내 생각느낌감정을 쏟아 보기도 하고 그렇게 아마 2~3개월은 지났을 것 같다.
갑짝스레 달라지는 내 생활 패턴. 밤 늦게까지 paranTwon을
아무런 목적(?)없이 그냥 마구 돌아 다닌다.
뿐 아니라 일하는 중 잠깐의 틈새만 생겨도 또들어가 배회한다.
그렇게도 신나고 너무 좋다. 사람 냄새도 나고 인정도 있고 무엇보다 세상 사는 멋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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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비평 정치 경제 개인 단체 상류층 하류인생 젊음 늙음 패션 취미 특기... 웃음 눈물
기쁨 흐믓함 신기함 놀라움 터득 교육 인격 훈련 생활... 이건 완전 화개 장터다.
뭐든 내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모든 게 다 있다. 다 경험 했다.
아주 활달한 이즈음 삶의 엄청난 활력소 이는 파란공간에 기인한 것일 게다.
파란 공간의 파아란 이웃들이 품어내는 창조적 의식 하나 하나가
위상공간phaseSpace의 에너지 장energy field을 확장하게 되고 난 온 종일
하루 24시간 그 에너지장에 연결되어 힘을 받고 또 받는다
출근길에도 외출 중에도 paranTown의 이웃들과의 만남과 그 면면의 느낌이
막 쩌낸 찐빵처럼 솔솔 따뜻하게 시시로 안겨온다 그럴 때마다 퍼져나가는
만면의 이 미소 아, 이 얼마나 행복한 paran공간의 이웃들인가
내 이 모든 행복 만족감 삶의 희열은 리플을 달아준 "님" 그 한 분의 관심이었다.
이 시대 - 인정이 말랐다한다, 컴퓨터때문에 - 에 우리의 진정한 이웃은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