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창회를 하면 팔구명이 모인다
저녁 먹구 술 한 잔 하고 나면 의레껏 노래 방 이다
워낙에 가락에 능하고 흥겨운 민족이라서 인지 아님 남만북적동이서융이란 오랑케들의
틈바구니에서 삶의 활로 모색용인지 구전되어 오는 많은 가락들이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술마시고 노래 방에 가서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춤추며 온통 지랄 발광하는 모습을
술취하지 않은 말짱한 사람이 보면 뭐랄까 어떤 생각이 들까, 무슨 상관이야.
토요일이나 일요일 낮 시간에 술 취해 홍당무 얼굴로 일행들과 더불어 터무니 없는
발음과 목소리 톤으로 횡설수설 하는 결혼식 하객들을 가끔식은 만난다.
결혼식에 다녀온다는 이유만으로는 그 추한 이상한 어색한 아슬아슬한 꼴볼견의
작태가 환영 인정 양해 되어지거나 미화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대낮에 양복 깨끗이 입은
신사나, 신사 아닌 사람이나 그들의 술 취한 새빨간 얼굴을 본적이 있는가, 정말 추하다
난감하다 불경스럽기까지 한다. 노래방 그 속은 治外酒權 지역?
노래방 한 서너 번 가봤나. 퇴근 무렵에 들린 대학 선배가 워낙에 휘둘러되기에
따라가 본 게 첨이었는 데. 선배 혼자만의 리사이틀 무대라 뭐가 몬지를 몰랐었다.
두 번째 간 게 과창회 후였고 세 번째가 여기 대구 출장 와서 거래처 몇과 함께 였다.
풀풀뛰고, 펄쩍펄쩍 뛰고, 앉은 채 흔들 흔들고, 온전신을 튕게 되고, 고래 고래 고함을
질러되고, 쿵쿵 두드려되니 스트레스 해소나 다이어트용 운동으로는
이게 딱 제 격이구나 싶다. 백악관 지하실에는 새 승용차와 해머와 망치가 있어
대통령께서 화 나고 짜증 나고 신경질 날 때 내려와서 마음껏 직성이 풀릴 때까지
두드려 부순다지 아마.
가수들은 노래할 때 관중을 향하여 그들을 보면서 노래하고 체스추어도 취하고 이쁜 몸
동작도 하는데, 우리 노래방은 거꾸로 더군. 대개의 노래꾼은 등을 객석(?)으로 향하고
노래말이 나오는 모니터 화면을 향하여 노래 부르더라. 그렇다고 하여 분위기가
다운되거나 흐려지거나 또는 "누구의 노래실력이"라는 입방아에 오르는 것은 아니니
아무렇게나해도 관계는 없을 상 싶다. 이왕이면 폼만은 가수처럼.
음치를 논하면 의레 것 음정박자 무시에, 유달리 큰 목소리와 남의 귀氣分무시하기를
그 필수 요소로 꼽는 데 내겐 또 하나 더 있어 목소리 톤이 거칠다 아주 거칠다, 그러니
음치 중엔 상 음치다. 그래도 하라고 등 떠밀면 술 마신 기분에다, 모두가 미쳐 있고
또 좁다란 공간, 밝지 못한 회전조명인지라 마이크를 받는다.
어쩌다 제대로 시작하여 반주와 함께 내 노래가 가면 모니터의 지워지는 글자의 윤곽이
아주 느리게 천천히 조화롭게 잘 아주 멋들어지게 가는 데, 어쩌다 아니야 어쩌다가 아닌
자주자주 박차를 놓쳐버리면 아 이게 얼마나 빨리 지나는지 도무지 따라 잡을 수가 없다.
그러면 잘 나오던 목소리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고 반주만 지 혼자 가버리더라
신나서 노래하고 즐거우라고 노래하는 데, 아니 이게 뭔가 모니터에 붙들려 글자와 진행
속도 맞추기 하면서 박자 안놓칠려고 숨도 제대로 못쉬니, 아유 이 한심한 인간아 싶다.
꼴란 놈의 노래가사 좀 틀리면 어떻고 박자 좀 놓치면 뭐 그게 대순가, 아 이 씨x
못하는 노래 못하는대로 신명나게 불러 그냥 즐거우면 되는 것 아닌가,
우리네 조상님들은 상다리 두드리면서도 맘껏 즐거웠고 빈깡통 장단에도 오만가지 시름
설움 다 달래 오지 않았던가
누군가 노래하면 일행들은 신나게들 놀지. 손바닥 터지게 치는 놈, 지 허벅지 치는 놈,
챔버린 두드리는 놈, 신들린 듯 정신없이 흔드는 놈, 미친 놈처럼 날뛰는 놈,
꽥꽥 소리치는 놈, 그 좁은 공간에서 불타는 혼란, 신명의 극치를 만난다,
그와중에도 테이블 위에, 무릎 위에 비닐책 올려 놓고 책장만 앞으로 뒤로 열심히
넘기는 또 다른 놈들, 내가 잘 부를 수 있는 곡을 찾는가, 분위기에 어울릴 가사를
고르는가. 학교 교회 가게 생활 속에 늘린게 노랜 데, 애창곡 하나 없는 인생이라니
생을 살아가는 우리, 그 삶 속에서 콧노래 부를 그런 순간도 없이,
흥얼거릴 그럴 여유도 느끼지 못한 채 메마르고 "거치런 들판"을
그렇게도 각박하게 달려왔단 말인가.
아니다, 우리네 조상님들은 들에서도 산에서도, 농사철이나 한가한 계절이나
잔치집에서나 더욱 장례식의 상여 앞에서까지도 노래가 있구 가락이 있었다.
(그랬기에 구전이 가능치 않았을까)
기분 좋을 때 흥얼거릴 노래하나 없고
힘들 때 뒤집어볼 노래 가락 하나 없단 말인가
"...사랑의 기나긴 밤 어머님 하고 두우리 아아안자 옛 이야기이 들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