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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1. 27. 18:51 기본

경찰조사결과, 아들 송씨는 부산 남구 용호동 소재 아버지 소유의
L아파트 큰방금고에 현금이 많은 사실을 알고, 지난달 25일 낮 12시께
고교 동창인 이씨와 공모해 귀가 중이던 아버지 송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장롱 속에 시체를 숨겨놓고 금고 속 현금 2억여원을 털어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들 송씨는 건축업을 하다 지난해 부도를 낸 뒤 아버지 집에서
거주해왔으며, 평소 재산문제로 아버지와 다툼이 잦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피살된 아버지 송씨는 부산지역 모대학 재정처장으로 근무하다 20여년
전 퇴직했으며,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졌었다.
아버지를 살해한 무수한 사건 중 가장 최근의 뉴스다.

친부모나 친자녀를 살인하는 존속살인, 부부간에 이견으로 청부 살인, 강간
후 폭력살인, 인간의 부도덕과 탐욕에 대한 비판,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선과 악의
투쟁 인간의 심층 심리 속에 있는 욕망과 영혼 구원의 문제 .아무튼 부지기수의
살인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으며 지금도 신원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시체들이
곳곳에 묻혀 있을 것이다. 둔기로 아버지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존비속 살인 등의
패륜사건은 윤리의 단절, 개인주의 확산에 따른 절대적인 효와 가치관 붕괴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돼 일어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아버지와 아들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멀리 있는 사랑과 증오일
것이다. 아버지는 종종 가면을 바꿔 쓰고 나타나서 신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으며,
왕이 되어 지배하기도 하고, 아버지는 싸워야할 대상인가, 복종해야할 존재인가?
아버지는 용서하고 감싸안아야 할 인물인가, 숭배하고 찬양해야 할 권위인가?
이 논쟁은 이미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것이며 「문학적」토론은 영화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태리 거장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감독의 영화 < 오이디프스 왕>은
1900년대 초 어느 축제에서 시작한다. 대위는 한 여자를 만나고, 그녀는 대위의
아이를 낳는다. 그리고 대위는 이 아이가 자라서 자기를 죽이고 아내를
차지하리라는 예언을 듣는다. 대위는 이 아이를 아내 몰래 버릴 결심을 한다.
그러면 화면이 순식간에 그리스 고대의 시대로 옮겨진다. 황량한 벌판에서
이제 청년으로 자라난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자 무작정 여행을
떠난다. 그는 아직 이 여행이 바로 비극의 시작이 되리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못한다.
파졸리니 - 자서전에서 "평생 아버지가 가위처럼 나를 억누르는 꿈속에서 소스라쳐
놀라 비명을 지르며 일어난 새벽이 너무도 많았다"고 아버지의 증오를 거의
노골적으로 드러내곤 했다 - 감독이 이 영화에서 정말 그려내고 싶었던
장면은 바로 아버지를 살해하는 그 유명한「인류사적 비밀의 순간」일 것이다.
한없이 펼쳐진 벌판에 오이디푸스는 병사들과 함께 여행하는 왕을 만난다. 병사들은
이 심상치 않은 청년에게 멈칫하고, 오이디푸스는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인 적의에
몸서리친다. 그리고 달려오는 병사들을 차례로 죽인 다음 그 벌판을 향해 절규처럼,
비명처럼, 환호처럼 목놓아 소리지르면서 마차에 뛰어올라 왕을 바위로 있는
힘을 다해 내리친다. 살해하는 자의 기이한 두려움과 기쁨이 살해당하는 자의
공포만이 있을 따름이다. .여행을 계속한 오이디푸스는 그가 살해한 왕의 나라에
도착한다. 그리고 국가의 율법에 따라 그가 왕이 된다. 어머니인 왕비는 그의 아내가
되고, 아버지의 땅은 그의 나라가 된다.


이 나라를 찾아온 예언자는 오이디푸스에게 비로소 모든 진실을 말해준다.
그것은 절망의 복음이었고, 저주의 언어였다.
오이디푸스는 테베의 왕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에피카스테)의 아들인데 숙명적으로
아버지를 살해하고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 테베의 왕이 되었다. 어머니인 줄
모르고 결혼한 .그들은 그 사실을 알자 그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왕비 이오카스테는
자살하고, 오이디푸스는 이 모든 것을 바라보면서도 아무것도 깨닫지 못한 자기의
눈을 스스로 뽑아버린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세차게 퍼부어 된다. 한낮 시간이건만 하늘은 어둡다
캄캄하다. 아파트를 나와 방배동 가야 병원 옆길로 들어선다. 비 온 후의 병원
옆길이라서 인지 병원 물받이 파이프를 타고 내린 물소리만 두둑탁탁 두둑탁타 한다.
장례식장의 차들로 인해 길들이 아주 험하게 푹푹 파여 꺼져 있다.
검은 구름에 눌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높이 솟은 어둠의 교회당 첨탑이
희끗희끗한 회색 블록의장예식장과 스산한 날씨로하여 괜스리 움추려 들게한다.
묵묵히 걷던 아들놈이 갑짜기 내 쪽으로 몸을 획 돌리며 손을 쭉 뻗어 소리친다.

"아버지 돌아가세요"


(어 웅덩이네 빠질 뻔 했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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