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그 문턱에서...

이젠 서서히 안정과 평정과 차분함과 숙고를

내면에 쌓을 시간이네요 그 여름의 온갖 기억추억흔적들일랑

저 의식 밑바닥으로 보내고 결실을 년말을 풍성함을 뿌듯함을 도출할

마무리 자세를위해 이 주말엔 연인친구랑 포도라두...

제철만난 포도 안성으로…내고장 8월은 ‘달콤’ 결실의 맛 보러가요

포도가 익어가는 가을의 문턱이다. 가지가 휘도록 주렁주렁 열린 포도송이가 따가운 햇볕과 농부들의 땀을 자양분삼아 나날이 당도를 더하는 요즘 하우스에서 재배된 포도는 벌써 출하돼 군침을 돌게 한다. 경부고속도로 안성IC에서 안성시내에 이르는 38번 국도변은 포도의 고장답게 하우스에서 갓 생산된 거봉포도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파는 노점상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안성맞춤의 고장인 안성은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대의 포도 재배지. 100여 년 전인 1901년에 안성성당 초대 신부인 안토니오 콤벨트 신부가 미사주로 쓸 포도나무 3그루를 가져오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과일인 포도가 안성에 첫 뿌리를 내린 것이다. 안성의 포도 재배면적은 605㏊. 그 중에서도 경기와 충북,충남의 경계지역인 서운면 일대는 안성 최대의 포도재배지이자 안성배의 주산지로 안성시내에서 57번 지방도로를 타고 달리면 차창으로 향긋한 포도 향기가 스며든다. “서운면은 물이 맑은데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 포도의 당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습니다.” 서운면 신흥리 이장인 고현수(50)씨의 자랑이 아니더라도 안성 포도는 맛과 향이 뛰어나기로 소문났다. 안성포도의 85%를 차지하는 품종은 거봉. 포도알이 굵어 왕포도로도 불리는 거봉포도는 유난히 당도가 높고 시지 않으며 향이 독특한 것이 특징으로 안성에 첫선을 보인 때는 30여 년 전. 일본을 여행 중이던 한 농부가 거봉포도 씨앗을 가져와 안성에 처음 심었다고 한다. 포도 출하 시기는 이달 하순부터 10월 초까지. 드라이브를 겸해 안성의 포도농원에 들르면 앵두처럼 작은 포도에서 거봉처럼 씨알이 굵은 포도까지 20여 종의 포도를 종류별로 골라 먹는 재미가 듬뿍 묻어난다. ‘안성맞춤’ 유기와 남사당의 고장으로 유명한 안성은 수도권과 가까운데다 옛 시골장터의 흔적이 남아 있는 안성장터와 낚시터로 유명한 고삼저수지 등 보고 즐길 거리가 많다. 서운산은 조선시대 안성 남사당패들의 근거지. 조선시대 최초이자 최후의 여자 꼭두쇠로 이름을 날린 안성 출신 바우덕이(김암덕)의 가묘가 위치한 곳으로 전국에서 1만여 명의 남사당패가 몰려들어 겨울을 났던 불당골엔 남사당마을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보개면의 남사당전수관(031-675-3925)에선 매주 토요일 오후 6시30분부터 9시까지 풍물,어름(줄타기),살판(땅놀이),덧뵈기(탈놀이),버나(대접돌리기),덜미(인형극) 등 ‘남사당 여섯마당’을 무료로 공연한다. 안성은 먹을 거리도 다양하다. 80년 전통 안일옥(031-675-2486)의 우탕과 안성마춤한우촌(031-673-5550)의 한우고기,고삼묵집(031-672-7026)의 도토리묵밥,그리고 2000여개의 장독대로 유명한 서일농원(031-673-3171)의 무공해 된장찌개가 별미. 죽산면의 건강나라(031-674-8255)는 유럽풍의 찜질마을로 돔형 전통한증막이 특색. 안성=글·사진 박강섭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