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로제 수사와 테제공동체

평화를 전하고 만들고 그렇게 삶을 일구던 그

참으로 어이 없는, 그래도 테제공동체는 영원히...

피살된 로제 수사가 창설한 테제공동체는…“그리스도교 일치” 목적 국제수도회

지난 16일 30대 루마니아 여성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숨진 로제 수사의 테제공동체는 1940년 로제 슈츠 마르소슈가 프랑스에 창설한 에큐메니컬 국제 수도회다. 원어명은 ‘La Communaute de Taize’. 프랑스 동부 클뤼니 테제에 자리한 이 공동체는 그리스도교의 화해와 일치를 통한 인류 평화의 증진을 목적으로 창립됐다. 분열과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 평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이 공동체의 궁극적인 목표다. 현재 30여개국에서 온 100여명의 수사들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로제 수사는 개신교 출신이지만 어린 시절에 개신교 목사인 아버지가 가톨릭 교회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일찍부터 로제 수사는 같은 하느님을 말하면서도 서로 배치되는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데 엄청난 힘을 소모하는 그리스도인들을 보면서 회의에 빠졌다. 그러면서 그리스도를 전하기 위해서는 매일 화해를 구체적으로 이루어가는 봉헌된 삶을 살아야 한다고 확신했다. 그는 2차세계대전의 광기가 유럽을 휩쓸자 화해의 구체적 징표가 될 수 있는 수도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1940년 아버지의 나라인 스위스를 떠나 어머니의 나라 프랑스로 갔다. 폐허나 다름없는 테제에 정착한 로제 수사는 독일 점령지를 빠져나온 유대인들을 숨겨주면서 1942년까지 혼자 생활했다. 그러다가 1949년 부활절에 로제 수사는 6명의 형제와 함께 평생을 수도생활에 바치기로 서원했으며 1952년 공동생활의 지침인 테제의 규칙을 마련하였다. 교회와 신자들은 구체적인 인간 역사와 상황 속에 살면서 그리스도를 증거해야 한다는 로제 수사의 신념에 따라 테제는 전 세계의 고통 받는 이들을 치유하기 위해 수도사들을 각국에 파견했다. 국내에는 1979년 테제에서 파견된 수사들이 서울 화곡동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다른 공동체와는 달리 어느 나라든 오래 머물더라도 잠정적인 체류로 여긴다. 따라서 분원을 만들어 정착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지원자를 모집하거나 수도원을 세우지 않았다.이들은 특별한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공동체’임을 실천하고 있다. 창립 당시 첫 수사들은 모두 개신교 신자들이었으나 1969년부터 가톨릭 신자들도 수사가 되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매주일 5000여명의 사람들이 테제를 찾고 있다. 1986년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순례자의 한 사람으로 테제를 방문하기도 했으며 공동체에 관심이 있는 수많은 한국 목회자와 성도들도 테제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