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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데 아내가 문밖까지 따라 나옵니다. 아이들도 아내 뒤에서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서 있습니다. 아내가 "오늘도 수고하세요"라고 인사를 합니다. 큰놈은 "아빠, 오늘도 행복하세요"라고 인사합니다. 작은놈은 "예쁜 아빠,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인사를 합니다. 언제 보아도 아름답습니다. 부부싸움이라도 하고 출근해보세요. 아내의 휑한 얼굴이 하루종일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그때처럼 마음이 쓸쓸했던 적은 달리 없었습니다. 돼야 가족과 만날 수 있습니다. 물론 정상으로 퇴근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렇습니다. 일이 밀린다든지, 모임이라도 있는 날에는 이보다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생각보다 하루 일과는 깁니다. 큰놈이 제 품속에 쏙 빨려들어 옵니다. 작은놈도 질세라 제 가슴을 파고듭니다. 저는 두 놈을 힘껏 들어올립니다. 얼굴에 뽀뽀를 하고는 내려놓습니다. 저는 출근을 서두릅니다. 이런 저를 보고 아내가 입을 뾰족 내밉니다. 저는 아내의 볼에 살짝 뽀뽀를 해줍니다. 그걸 보고 가만있을 아이들이 아닙니다. 앞다퉈 놀려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웬일이지요. 오늘따라 "수고하세요"라는 말이 귀에 거슬립니다. 저는 문득 엉뚱한 생각에 빠져듭니다. 아내는 왜 날마다 “수고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는 걸까요? 아나운서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꼭 이렇게 인사를 해야할까요? 만일 제가 힘들게 일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수고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면 그분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행여 고생을 더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까요? 기분이 좋겠습니까. "수고하세요"라는 말은 어딘지 모르게 비위에 거슬립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웃집 아저씨가 제게 인사를 합니다. 그런데 인사말이 여간 산뜻한 게 아니었습니다. 친근감도 더했습니다. 아하, 바로 이런 인사다. 저는 무릎을 탁 쳤습니다. 앞으로 “좋은 하루 되세요”를 인사말로 쓰기로 했습니다. 하십니다"란 말이 튀어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소장님께 결재를 받고 나올 때도 "수고하세요"란 말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이었습니다. 하긴 40년도 넘게 사용한 인사말인데 쉽사리 고쳐지겠습니까. 그래도 노력은 해야겠지요. 저는 당장 내일부터 우리 아이들에게 이렇게 인사를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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