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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몽헌 회장을 사이에 두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김 부회장 사이의 묘한 인생역정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살아남은 유일한 '가신'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북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개인비리 의혹은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게다가 김 부회장 개인비리가 현 회장의 직접 지시로 이뤄진 내부 감사에 의해 밝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2003년 10월 현 회장 취임 이후 잠복돼 있던 현 회장과 김 부회장 간의 주도권 다툼이 표면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상징으로 떠올랐다. 현대그룹에서 그의 입지는 정몽헌 회장이 남긴 유서로 인해 더욱 탄탄해졌다. 당시 정 회장은 유서에서 "당신은 피를 이은 자식보다 더한 자식입니다. (정주영) 명예회장님께서 원했던 대로 모든 대북 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랍니다"라고 말하며 대북사업 주도권을 김 부회장이 이어갈 수 있도록 정통성을 부여했다. 정 명예회장의 총애를 받았다. 89년 정 명예회장이 북한 정부와 금강산관광 의정서를 체결할 당시에도 정 명예회장을 수행했다. 그가 고 정몽헌 회장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6년 1월. 정 회장이 현대건설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할 당시 현대건설 상무로 재직하면서 정 회장을 가까이에서 모셨다. 이후 1998년 1월 김 부회장이 현대아산의 전신인 남북경협사업단장을 맡으면서 둘의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이후 현대그룹이 '왕자의 난'을 겪으며 산산조각 나는 상황에서도 그는 정 회장 곁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2001년 5월 정 회장과 함께 대북 사업에만 전념하기 위해 그는 현대건설 사장직을 그만뒀다. 정 회장은 이런 그를 두터운 신임으로 끌어안았다. 투신자살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김 부회장의 대북사업에 대한 입지는 더욱 강해졌다. 정 회장 사후 '숙부의 난'으로 불리는 KCC와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그는 살아남았다. KCC가 가신들의 폐해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강명구 현대택배 회장 등 가신들이 줄줄이 낙마하는 사이 김 부회장은 재신임됐다. 순조롭게 풀어낸다면 그의 행보에 힘이 실리겠지만 자칫 차질이 생길 경우 그의 입지도 끝 모르게 추락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표면화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때부터 현대아산 임원회의를 주재하지 않았다. 또 그룹 사장단 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현 회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면담을 막후에서 성사시키면서 그의 역할은 다시 주목받는 듯 했다.
소문이 나돌았다. 일각에서는 "그룹 차원에서 김 부회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현 회장의 자신감 있는 행보는 시숙부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의 경영권 싸움에서 승리한 이후 그룹 장악력을 강화한 것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영권 분쟁 당시 KCC 측에서는 '수익성 없는 대북사업을 포기하라'며 현 회장을 압박했다. 그러나 현 회장은 오히려 대북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자신의 체제를 확고히 했다. 특히 현정은 회장은 사업성에서도 그룹을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놨다. 지난해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택배 현대아산 현대증권 등 계열사 모두가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총 6조6516억원의 매출, 578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그러나 반대쪽에서는 '왕회장' 때부터 현대의 대북사업에 헌신해왔던 김 부회장을 너무 매몰차게 내치는 것 아니냐는 김 부회장 '동정론'도 제기되고 있다. 적절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김 부회장의 거취와 관련 "앞으로 백두산관광 등 남북경영 사업이 본격화 되는 중요한 시점임을 감안해 부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하여 대북사업에 일정한 역할을 맡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대그룹이 그의 처신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는데도 앞으로 대북사업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대의 대북사업이 도덕성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점도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부담스런 대목이다. 정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을 잇는 대북사업의 수장으로 인정한 만큼 김 부회장의 거취가 앞으로 대북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연기(yeonki75)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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