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8. 2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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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디자인에 홀리다 | ||
제목에서부터 혁명가의 꿈이 꿈틀거리고 있는 책은 70% 정도가 사진이니 화보집에 가깝다. 그러나 ‘변화’라는 글의 첫 문장 “물건을 살 때 우리는 무엇인가 대단히 개인적인 것을 얻는다는 허구를 함께 받아들인다”를 읽는 순간,현대 물질문명의 최선두에 서서 인간과 물질 사이의 공존을 모색하고 있는 저자의 대담한 기획력에 압도당한다. 그가 이 책에서 사용한 낯설고 차갑고 지적이며 관능적인 단어들은 때로 지나치게 모호하고 압축적인 게 사실이지만 정확하게 핵심을 건드리며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 낸다. 산업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Karim Rashid). 1960년 이집트 태생으로 뉴욕에서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며 화장품 회사,가구 회사,전자 회사 등 수많은 기업들과 작업을 하며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그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디자이너’ 가운데 한 사람이지만 국내에서는 현대 M카드의 디자이너로 알려진 정도다. “사람들이 하루에 평균 500가지 정도의 물건에 손을 댄다는 것 아세요?”라고 말을 거는 그는 서서히 수위를 높혀 “우리 삶 속에서 우리가 사용했던 물건들은 우리의 일생을 보여 주게 될 것”이라거나 “디자인은 우리의 무의식과 연결된 인터페이스”라는 새로운 명제들을 도출해나간다. 디자인에 대한 그의 철학적 입장은 “물건은 욕망”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므로 디자인은 풍자,냄새,사랑,섹스,욕망,표정,몸짓 등이 담긴 인간의 인터페이스라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디자인을 우리의 무의식과도 연결시킨다. 이는 그가 물건들,혹은 상품들에 기울어진 디자인을 인간의 편으로 끌어오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선,그래픽,색채,소재 등이 그의 조형적 레퍼토리들이라면,디지털 미학,관능적 미니멀리즘,사업예술,덩어리(blob) 등은 그의 내러티브를 위해 동원되는 레퍼토리들이다. 그에 따르면 물건들은 현대의 풍경을 점령한다. 자연이 밀려난 현대의 풍경을 채우는 것은 상품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물건들은 썩 아름답지 못하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올린다는 공통의 인식과 제품의 매력에 대한 획일적인 시각을 도구로 삼고 현대의 물질적인 풍경을 구성하고 있는 상품들은 미학적으로 빈곤하다”거나 “모더니즘은 대량 생산 체제로 똑같은 물건들을 만들어 냈지만 이 물건들은 결국 의미,가치,표현을 잃어버렸다” 등의 비판 위에 그는 물건과 인간 사이,일상과 욕망 사이,실용과 예술 사이,경제와 문화 사이에 디자인을 세운다. 그는 “디자이너는 일상생활의 ‘진짜 이슈’를 다루는 예술가들이며,기계의 시대가 짓밟아 버린 독특함과 다양성을 표현해 주는 아름답고 유용한 물건들을 만들 수 있고,이 세상을 더 유능하고 인간적인 곳으로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초월적인 곳으로 만든다”고 강조한다. 그는 “형태가 기능을 따른다”는 과거의 주장을 “그야말로 진부하기 그지없는 주장”이라면서,“형태는 주제를 따른다”로 고쳐 놓는다. 라시드가 추구하는 미학은 관능과 유기성이며,그것은 덩어리의 형태로 발현된다. 그가 만들어낸 수많은 덩어리들은 관능으로 일렁거리며 경계를 넘어 흐른다. 그는 자신의 미학을 ‘덩어리주의’로 설명한다. “나는 지금의 문화를 위해 물건들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왔다. 부드러움은 인간적인 것,다정한 것,가까이 하기 쉬운 것,편안한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부드러움은 우리 몸의 연장이다.” 바로 이 순간 우리를 지배하는 몸의 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라시드의 덩어리주의를 먼저 간파해야 한다. 우리가 앉아 있는 의자는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몸의 연장이며 이것이야말로 그가 말하는 몸의 미학이자 덩어리주의인 셈이다. 우리가 하루에 500번쯤 무엇인가를 만졌다면 우리의 몸은 500개의 느낌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기억덩어리인 것이다. 우리의 몸은 하나의 개체로 독립되어 있지 않고 몸 바깥에 있는 사물들과 함께 구성되어 있다(카림 라시드·미메시스). 김남중기자 njkim@kmib.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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