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캄보디아 ‘킬링필드’ 대학살의 주동자를 심판하기 위한 크메르 루즈 전범재판소가 본격적인 가동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1997년부터 9년 가까이 끌어온 킬링필드 전범재판소 준비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러 조만간 3년 일정의 재판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17일 보도했다. 크메르 루즈 정권 수반이던 폴 포트는 1998년 72세로 사망했지만 휘하의 핵심 인물들은 크메르 루즈 정권 붕괴 27년만에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
◇전범재판=1997년 캄보디아 정부는 유엔에 국제전범재판소 설치를 요청했다. 그러나 정치적 혼란이 계속돼 2003년에야 캄보디아 정부와 유엔의 전범재판소 설치 합의가 이뤄졌다. 이후 다시 예산 문제로 2년 가까이 표류하다 최근 호주 등 각국에서 지원금 5600만달러를 확보,본격적인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프놈펜 인근 도시 칸토크에는 전범재판 법정이 들어설 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캄보디아인 200명과 외국인 100명의 재판 진행 요원,재판부 및 검사팀 선발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다음달이면 유엔 대표단이 캄보디아에 도착해 전범재판 본부를 차린다. 돌발변수만 없다면 올해 안에 재판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
전범재판 피고인은 크메르 루즈 정권 최고위직을 지낸 6명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인민의 맏형이란 뜻에서 ‘브라더 넘버 원(Brother Number One)’으로 자칭했던 폴 포트에 이어 ‘브라더 넘버 투’로 불렸던 누온 체아 전 캄푸치아 공산당 부서기장,타목 전 군 사령관,카잉 켁 이에브 전 검찰총장,키우 삼판 전 국가수반,이앙 사리 전 외무장관 등이다. 이 중 타목과 카잉 켁 이에브만 구금돼 있고 나머지는 자유인 신분이다.
재판은 3년간 세 단계로 진행된다. 첫 1년은 검사팀의 혐의 조사와 기소,다음 1년은 본격적인 심리와 선고,나머지 1년은 항소심이 진행된다. 훈센 현 총리도 크메르 루즈 정권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지만 현지 전문가들은 이를 사실무근으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정부 중·하위직 관료 중 상당수가 크메르 루즈 정권에 가담했던 인물이라 이번 재판이 그들에겐 오히려 면죄부가 될 수도 있다.
◇크메르 루즈=롤랑 조페 감독의 1985년 영화 ‘킬링필드’의 제목은 크메르 루즈 정권의 대학살 현장인 집단 무덤을 뜻한다. 부농의 아들로 프랑스 유학 시절 마르크스와 마오쩌둥 사상에 심취했던 폴 포트는 귀국 후 반군을 조직해 활동하다 은신했던 산골 마을에서 자급자족 공동생산 균등분배의 현장을 목격했다. 1975년 집권하자 이 마을을 공산주의 유토피아로 설정하고 캄보디아 전역을 그처럼 개조하려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화폐를 없애고,도시를 폐쇄하고,집단 농장을 만들며 이에 반대하는 수많은 지식인과 민간인을 학살했다. 단지 안경을 쓰거나 외국어를 구사한다는 이유만으로 처형되기도 했다. 1979년 베트남의 침공으로 폴 포트가 축출될 때까지 캄보디아 전역에서 약 17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때 형성된 집단 무덤은 전범재판소가 설치되는 칸토크 외곽을 비롯해 캄보디아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