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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디자이너인 김학기(30)씨는 금요일인 지난 12일 오후 7시 서울 양재동의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김씨는 “요즘은 주말에 결혼식을 올리면 ‘민폐’란 말이 있을 정도”라며 “금요일은 예식장이 번잡하지도 않고 직장 동료들도 업무를 마친 뒤 부담없이 참석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부인 박성혜(23·출판업)씨도 “부모님이 지방에서 올라오셔도 다음날 푹 쉬었다가 일요일에 내려갈 수 있고 주5일근무제 시행으로 하객들이 늦게까지 술자리를 가져도 출근 부담이 없도록 금요일 저녁으로 예식시간을 잡았다”고 귀띔했다. 이들 부부는 금요일 결혼식을 마친 뒤 다음날 괌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주5일근무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금요 웨딩’이 새로운 결혼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주5일제 실시 후 많은 직장인들이 주말여행을 떠나면서 금요일 결혼식이 하객을 모으기 쉽고,평일예식을 올리다 보니 할인혜택을 받으면서 번잡함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10월 결혼할 예정인 강현석(29·은행원)씨도 금요일 오후 6시를 예식시간으로 잡아 놨다. 강씨는 “청첩장을 돌리기 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는 데 이틀 연휴기간보다 금요일 저녁에 결혼식을 하는 것이 참석하기에 마음 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청담웨딩프라자 송은숙 예식실장은 “주5일제 시행 이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금요일 예식장 예약률이 90%이상 늘었다”며 “하루에 50여건 정도 결혼식 예약문의가 들어오는데 그 중 금요일 등 평일예약이 10∼15건 정도는 된다”고 설명했다. 송 실장은 “회사직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단체로 결혼식에 참석한 뒤 자연스럽게 회식을 겸한 술자리로 이어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반면 일요일 오후 결혼식은 거의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강남웨딩문화원 관계자도 “여러 건의 결혼식이 몰려 혼잡할 수밖에 없는 주말을 피하고 예식비,식대 등을 토·일요일에 비해 30%까지 할인받을 수 있는 금요일 저녁에 결혼식을 올리는 실속파 예비부부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호일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