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이 내겐 찬스
30년전 '점심 친구들' 법조 핵심자리 포진
함께 강의 빼먹고 당구·카드 즐기며 친목다져
대통령 “정말 믿음이 간다… 형님이라 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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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늦은 봄 어느 날. 노 대통령은 동기생 58명 중 특별히 친한 ‘8인회’ 부부를 청와대로 초대했다. 취임 후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던 때였다. 당시 노 대통령의 이날 모임 장면을 한 참석자는 이렇게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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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이게 얼마 만인가요?”라며 친구들과 얼싸안고 등을 두드리며 악수를 건넸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역사에 길이 남는 훌륭한 대통령이 돼 달라”는 덕담을 들은 노 대통령은 “여러분은 정말 아무 부담이 없고 믿음이 간다. 정말로 대통령 잘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날 저녁 늦게까지 술을 ‘좀’ 했지요. 술기운이 돌고 다들 ‘우리가 청와대에서 이런 시간을 가질 줄이야’라며 흥을 냈어요. 대통령께 ‘청와대는 가라오케 기계가 없습니까?’라고 묻자 ‘없다’고 대답하시더군요. 그래서 생음악으로 노래들을 불렀어요. 물론 대통령도 옛 노래를 하나 불렀고….”
여흥이 끝난 뒤 누군가가 “앞으로 어떻게 부를까요, 각하라고 할까요, 대통령님이라고 할까요”라고 물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노 대통령이 “제가 여러분보다 나이가 좀 많으니까, ‘대통령 형님’이 어떻습니까?”라고 대답하자 한바탕 웃음이 터졌고, 모두들 그렇게 부르기로 ‘약속’했다. 그 뒤 몇 차례 모임 때마다 첫 만남에서 약속한 대로 노 대통령은 ‘대통령 형님’으로 불렸다고 한다.
◆“대학 안 나온 친구가 누구더라?”
다시 30년 전 연수원 시절. 노 대통령에게도 ‘아픈 기억’이 있었던 것 같다. 동기생인 모 변호사의 회고담.“어려운 법률문제로 연수생들을 곤란하게 만들기로 유명한 모 교수는 ‘거 대학도 못 나온 친구가 누구더라’라면서 법대 졸업생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맨 먼저 노 대통령에게 했어요. 엉뚱한 대답이 나올 때가 많았죠. 그때마다 웃음바다가 되죠. 노 대통령은 그런 식으로 여러 차례 창피를 당하고….”
이 변호사는 “노 대통령이 그 후 ‘학벌 타파’를 그렇게 강조한 것은 그때의 아픔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유일한 상고(부산상고·현 부산개성고) 출신이던 노 대통령은 점심시간에도 외톨이가 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에게 “형, 같이 밥 먹으러 갑시다”라고 손을 내민 이들이 있었다. 노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그때 얼마나 고마웠던지 연수원 시절 내내 가깝게 지냈고,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낸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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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노 대통령에게 손을 내민 이들이 오늘날의 ‘8인회’ 멤버들이다. 검찰에는 정상명(鄭相明) 검찰총장과 이종백(李鍾伯) 서울중앙지검장, 헌법재판소에는 조대현(曺大鉉) 헌법재판관과 서상홍(徐相弘) 사무처장(장관급)이 있다. 김종대(金鍾大) 창원지법원장, 법무법인 ‘화우’의 공동대표인 강보현(康寶鉉) 변호사, 삼성 법무실장인 이종왕(李鍾旺) 변호사도 멤버다.
그 당시 연수원 강의실은 나이 순으로 첫째 줄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1번부터 7번까지 앉고, 8번이 1번 뒷자리로 가서 둘째 줄을 만드는 식이었다.본지가 입수한 당시의 자리 배치를 보면, 8인회 멤버는 대부분 노 대통령 주변에 앉았다. 14번인 노 대통령은 둘째 줄 맨 오른쪽, 바로 뒤에 21번 서상홍, 그 왼쪽에 김종대·강보현·이종왕씨가 앉았다. 서 차장의 뒷자리는 28번 조대현, 그 줄 왼쪽엔 22번 정상명, 23번 이종백씨가 자리했다. 〈사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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