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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가 전하는 ...
bukook
2006. 4. 12. 20:44
반면 이강원 전 행장, 이달용 전 부행장 등 외환은행 매각의 주역들은 퇴임 후 은행으로부터 수십억원을 받았다. 외환은행 매각을 놓고 '울고 웃는' 사람이 따로 있었던 셈이다. <오마이뉴스>는 의혹과 비리로 얼룩진 '검은 커넥션'에 의해 뒤틀린 외환은행 전직 지점장 3명의 안타까운 사연을 따라가 봤다. # 1. 실직고통에 시달리다 심장마비로 숨진 지점장 2005년 1월 22일 새벽. 27년간 외환은행에서 근무하다 2004년 말 퇴직한 이아무개 전 지점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과도한 스트레스에 의한 심장마비였다. 은행의 인력 구조조정 일환으로 특수영업팀 전보를 받고 희망퇴직을 한 지 한 달여 만의 일이었다. 누가 이 전 지점장을 51세의 나이에 죽음에 이르도록 했을까? 이 전 지점장 주변의 인물들은 "지난 2004년 말 은행측의 구조조정으로 사실상 반강제적인 희망퇴직을 한 뒤, 그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 전 지점장 친지들에 따르면 "평소 과묵한 성격의 소유자인 그가 숨지기 직전 '할 말이 있다'며 비몽사몽간에 괴성을 질렀다"고 한다. 그때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그와 같은 시기에 은행을 떠난 한 전 지점장은 "특히 회사에 애정이 많았던 이 전 지점장이 26년 동안 일해 온 곳에서 버림을 받고 난 뒤 그 누구보다 마음 아파했다"며 "이런저런 모임에서 어린 자녀들(이 전지잠장은 슬하에 고등학생과 중학생 아들을 뒀다)을 두고 앞으로 살아갈 일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명예퇴직을 주도했던 외환은행 본점 고위 책임자들은 빈소조차 방문하지 않아 유족들을 더 안타깝게 했다. 이 전 지점장의 한 친지는 당시 주변의 지인들에게 보낸 글에서 "고인이 26년 동안 나름대로 외환은행을 위해 열심히 뛰며 일했던 공과는 있을 터인데, 엊그제까지 일하다 명예퇴직을 당한 지점장이 유명을 달리했는데 어찌 이럴 수가 있느냐"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 2. 원직복직 위해 론스타에 맞서 싸우는 지점장
조 부장은 지난 2004년 11월까지 부산 연산지점 지점장으로 근무하다 은행 측의 갑작스런 인사발령으로 특수영업팀에 배치된 뒤 최근 업무추진역으로 다시 근무지를 옮겼다. 월급은 예전보다 20% 삭감이 됐다. 조 부장이 이곳에서 하는 일은 외환카드 가입판촉, 아파트담보대출 유치, 연체정리 등 은행업무 가운데 가장 힘든 일들이다. 조 부장이 매달 채워야할 목표량도 만만치 않다. 조 부장을 포함해 업무추진역 행원 41명의 매월 목표량은 '인건비+간접비'의 100%이다. 조 부장은 "대부분 관련 업무 전문가들이 아닌데,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란 무리"라며 "결국 목표치에서 미달하면 다시 조사역으로 인사조치를 내고, 또 월급을 삭감해 퇴직을 유도하려는 은행측의 속셈"이라고 말했다. 조 부장은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외환은행 헐값매각' 기사를 볼 때마다 혈압이 오른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금융감독당국이 직접 개입해 론스타에 헐값으로 넘겼다는 사실에 기가 찰뿐이다. 조 부장은 특히 외환은행 매각 당시의 은행 상층부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특히 이들이 퇴임 후 은행으로부터 수십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렸다. 조 부장은 "수백명의 종업원들을 하루아침에 백수로 만들어 놓고 어떻게 자신들은 수십억원을 챙겨서 나갈 수 가 있느냐"며 "국부 유출에 대한 논란도 크지만 이 때문이라도 반드시 감독당국과 은행 상층부 간의 유착이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BIS 비율' 조작과 관련해서도 조 부장은 "일반 상식을 가진 은행원이라면 일주일 사이에 그렇게 BIS비율이 고무줄 늘어나듯 줄었다 늘었다 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지점장으로 발령을 받기 전인 97년부터 99년까지 은행 본점 리스크관리 팀장을 맡으면서 BIS 비율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았던 그다. 그는 "론스타는 인수 초기부터 어떻게 하면 인력을 줄여 높은 값에 팔 것인가에 대한 관심밖에 없었다"며 "결국 대주주인 론스타의 잇속 챙기기에 우리가 희생됐을 뿐"이라고 씁쓸해 했다. 조 부장을 포함한 업무추진역 행원들은 현재 외환은행과 론스타를 상대로 부당전보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 3. 희망퇴직후 주변 친구들과 사업 시작했지만...
이후 몇 차례 개인사업을 추진하다 최근에서야 주변의 동료들과 무역회사를 차렸다. 희망퇴직 이후 은행으로부터 받은 24개월치 위로금에 은행 대출을 보탰다. 하지만 사업경험이 전혀 없는 최 전 지점장 입장에서 회사를 꾸려 나가는 것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는 "겨우겨우 회사를 차리기는 했는데, 처음 해보는 개인 사업인데다 이런저런 장벽도 만만치 않아 앞으로 이를 꾸려나가는 것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느 다른 퇴직자들과 마찬가지로 최 전 지점장도 은행과 대주주인 론스타에 대한 불만이 컸다. 특히 몇 년간 우수 지점장으로 선정 돼 여러 차례 은행으로부터 포상을 받기도 했던 최 지점장 입장에선 은행 측의 특수영업팀 발령 기준이 무엇인지부터가 의문스러웠다. 최 전 지점장은 "최근에 보도되는 기사들을 접하면 론스타와 당시 외환은행 상층부에 완전히 농락당했다는 느낌"이라며 "자신과 함께 당시 희망퇴직했던 이들이야 말로 외환은행 헐값매각의 최대 희생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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