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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인들이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길 희망한다.”
영국 여성 힐러리 리스터(33)가 사지마비 장애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1인승 평저선을 6시간13분 동안 홀로 조종해 영국 해협을 건넌 뒤 한 말이다.
머리와 눈,입만을 움직일 수 있는 리스터는 지난 23일 오전 8시30분 영국 남부 도버를 출발,오후 2시43분 프랑스 북부 칼레에 도착했다. 그는 평소 자신의 전동 휠체어 작동법으로 배를 조종했다. 빨대를 통해 공기를 빨아들이고 내뱉는 동작을 반복했다. 두 빨대는 키와 2개의 돛에 각각 연결돼 특수 제작한 8m 길이의 도움장치 없는 배를 나아가게 했다. 배 이름은 ‘작은 전사(little fighter)’를 뜻하는 앵글로색슨어 ‘멀린(Malin)’.
영국 해협은 선박 운항이 빈번하고 물살 변화가 심한 곳으로 유명하다. 해협 폭은 35㎞지만 삼각 항해로 인해 리스터의 항해 거리는 55㎞에 이르렀다. 리스터는 넘실대는 1.5m 파도와 엄습하는 통증을 극복하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도착하는 순간 축하 뿔나발 소리와 록그룹 퀸의 ‘We Are the Champions’ 노래가 울려퍼졌다.
리스터는 내년 초엔 영국 바다를 일주항해할 계획이다. 나아가 세계 일주항해도 꿈꾸고 있다. 최근 결혼한 그는 런던 남동쪽 100㎞에 있는 캔터베리의 해변 근처에서 남편과 살고 있다.
리스터는 10대 때 퇴행성 질환인 반사적 교감신경 영양장애 진단을 받았고 10년 후 다리와 팔이 마비됐다. 총명하고 꿈 많던 옥스퍼드 졸업생인 그는 결국 절망했으며 자살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2003년 알게 된 항해는 그에게 새로운 희망을 줬다. 자신감을 북돋우기 위해 그는 영국 해협 횡단을 계획했다. 리스터는 “항해가 내 생명을 구했다”고 말했다.
김용백기자 yb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