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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쑈의 깜짝 작전..

bukook 2005. 9. 4. 09:49

고이즈미가 日 민주주의 망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최고의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답게 11일로 다가온 총선을 ‘개혁 대 반개혁’ ‘선과 악의 대결’로 몰아가고 있지만 그의 독선적인 정치 스타일을 문제삼는 비판도 많다. 1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어디 함 지켜볼꺼나,깜짝 쇼의 달인 사자 머리의 수장의 작전이
고이즈미가 보낸 ‘자객’ 후보를 맞아 궁지에 몰린 우정민영화 반대파들은 “고이즈미의 독재에 가까운 강압적인 정치가 일본 민주주의를 파괴한다”고 맹공하고 있다.

국민신당을 이끌고 있는 가메이 시즈카 전 자민당 정조회장은 “고이즈미는 파시스트에다 폭군”이라며 거친 말을 쏟아냈다. 우정민영화 법안이 참의원에서 부결되자 그 보복으로 중의원을 해산한 것은 변칙적인 정치수법이라는 비난이다.

자민당을 떠나 신당일본에 참여한 고바야시 고키 전 의원은 고이즈미의 리더십을 “우정 개혁을 강요하는 공포 통치”로 묘사했다. 그는 또 과거 고이즈미의 개혁 조치들이 지역경제를 되살리는데 실패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우정민영화는 일본 우체국의 막대한 예탁금에 접근하고 싶어하는 미국에 휘둘린 계획”이라고 비난했다. 일부 중견 정치인들에게 전후 일본 평등주의 이상의 한 부분이었던 우정을 민영화하는 조치는 미국식 자본주의가 트로이 목마를 타고 들어오는 폭거로 여겨진다. 자민당은 본래 성장과 분배를 모두 중시한 반면 고이즈미는 효율적인 ‘작은 정부’를 만들기 위한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신당 대표인 와타누키 다미스케 전 중의원 의장도 “정치가 한방향으로 치닫고 있다는 위기를 느낀다”며 “고이즈미의 자객들이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의회는 모든 사안에 ‘예스’를 외치는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폭에서 자객 공천으로 이어지는 고이즈미의 ‘깜짝 쇼’는 표심을 사로잡는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금까지 고이즈미는 TV에 나와 복잡한 정치 쟁점을 몇마디 말로 단순화하고 자극적인 직설화법을 통해 끊임없이 정적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방식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어왔다. 이번에도 중의원 해산 직후 비장한 연설로 반개혁 세력에 맞서 외롭게 싸우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시킨 뒤 참신한 인물들을 반대파 대항마로 내세워 ‘개혁 대 반개혁’ 구도를 만들었다. 내용보다는 스타일로 대중의 마음을 빼앗은 것이다. 이에 대해 가메이는 “대중은 총리의 쇼에 감탄할 것이 아니라 그의 권력 남용을 비난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천지우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