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긴 세월의 엑기스가 ...

bukook 2005. 9. 5. 08:00
"기대 안해야 상 받더라구"

오전엔 비가 오더니 다행히 햇빛이 내려쬡니다. 더운 건

싫지만 그렇지 않아도 짐이 많은데 우산까지 쓰면 이동이

불가능한지라...

프레스센터에서 짐을 싸서 박찬욱, 이영애 두 사람이 묵고

있는 '엑셀시오르' 호텔로 향했습니다. 한 5분 걸으면 되는

거립니다. 영화제 공식숙소여서 이곳 로비에서 죽치고 있으면 거의 대부분의 스타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는 없네요.

인터뷰 장소인 카페에는 박찬욱 감독이 약속 시간보다 5분

먼저 나타났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외신기자 회견때 옷차림 그대롭니다.

-상 받을 거 같은가?

"칸에서도 전혀 기대하지 않다가 상을 받아서... 이번에도 기대를 안하려구요 (웃음)"

-오늘 밤 시사회에선?

"이 영화의 유머를 받아들여주길 바랍니다. 극장에서 웃음소리가 많이 들렸으면 좋겠어요"

박감독은 어제 있었던 기자, 일반시사의 반응에 꽤 고무돼 있었습니다.

'웃어줘야 할때 웃어줬다'는 건데, 이번 영화에서 유머를 강조한 박감독으로선 번역(영어와

이탈리아어 자막)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영화를 제대로 '읽어줬다'는 거죠.

곧이어 이영애씨가 박감독보다 5분 늦게 정시에 도착했습니다. (여배우는 분장 때문에

카메라 앞에 서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아깐 검은 드레스인 줄 알았는데 속이 비치는

검은 드레스 상의 안에는 보랏빛 탑을 받쳐 있었더군요. 역시 밝은 표정이었고, 환대에 즐거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영애씨가 들어서자 카페에서 늘어져 있던 외신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달려듭니다.

"여기까지 왔다는 것 자체가 한국영화가 인정받았다는 것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기쁩니다.

우리영화가 아시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는 의미죠"

"어제밤에 와서 아직 정신이 없지만 휴가 온 기분으로 쉬려고 합니다. 수상기대요..

그런 거는 없어요. 여기까지 왔잖아요."

언제나 조곤조곤하지만 딱 부러지는 말툽니다.

예정에 없이 겨우 빼낸 인터뷰 시간이었습니다. 약 15분간의 인터뷰가 끝나고 바로 이탈리아

방송사의 인터뷰가 이어졌습니다. '금자씨'측은 오늘 내일 이틀은 밥 먹을 시간 없을 정도로

빡빡한 일정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세 시간 반 뒤면 레드카펫 행사가 시작됩니다. 이 행사를 앞두고 현지 신문과 소식지들은

'친절한 금자씨'를 1면 사진으로 싣고 관심을 표하고 있습니다. "무슨 색 드레스를 입을 지는

아직 비밀"이라고 금자씨가 말했습니다.

베니스에서 성장경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