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냥 즐거운 ...
수시로 돌아가야한다. 어린 그 시절 그 정서로 그
꿈으로 돌아가 그들을 불러내야한다. 그 시절 그
정서로 돌아가보자 거기 즐거움의 꿈의 발아가 "나"를
기다리는 "나"를 만날 것이다. 이제부턴 "나"와의 동거를...
“나 돌아갈래”…키덜트 문화, 순수미술 영화 개그까지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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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er forget your beginner's spirit(어릴 적 꿈을 절대로 잊지 마)!’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태평로 로댕갤러리에서 끝난 일본 네오 팝의 대표작가 나라 요시토모 전. 전시장 입구부터 어린 시절을 강조하는 문구가 요란했던
이 전시회는 예상외의 대박을 터뜨려 미술계를 놀라게 했다. 6월 17일 개막한 이 전시엔 두 달여간 무려
8만5800명이 찾았다. 로댕갤러리 개관 이후 최대 규모였다.
올해 마흔 여섯인 나라 씨의 그림은 동심을 소재로 한 전형적인 ‘키덜트(Kid+adult)’ 미술.
순진한 듯하면서도 특유의 반항적인 악동 캐릭터를 소재로 한 다양한 설치, 회화작들 앞에서 20, 30대는 물론
50대를 넘긴 중장년의 관객들도 한껏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태현선 큐레이터는 “팬시상품 같은 그의 작품은 얼핏 보면 ‘그냥 애들 그림’일 뿐이라서 ‘이게 미술이야’ 하고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노소가 관람해 놀랐다”며 “철들기보다는 어릴
적 감수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느끼는 요즘 성인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키덜트 문화’가 순수·대중문화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키덜트란 아이(kid)와 성인(adult)을 합친 합성어. 키덜트 문화는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어른들의 욕구를
겨냥한 다양한 문화 행위를 뜻한다. 동심을 담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예전엔 키덜트 문화라고 하면 ‘정신적 퇴행’이라는 부정적 뉘앙스가 강해 소수의, 미성숙한, 비주류 문화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이젠 당당히 순수와 대중예술 전반에 걸쳐 주류 문화의 일원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어린이 겨냥한 전시회에 어른 관람객 많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성곡미술관이 여름방학을 겨냥해 연 ‘행복한 동화책 여행-존 버닝햄, 앤서니 브라운과 함께
떠나요’전의 경우 전형적 어린이 기획전이었지만 의외로 어른들의 관람이 많아 두 달 동안(4일 폐막) 무려 7만여 명이 다녀갔다. 신정아 큐레이터는 “동화에나 나오는 앤서니 브라운 씨의 ‘우리 엄마’ ‘고릴라’, 존 버닝햄 씨의
‘우리 할아버지’ 같은 쉽고 편안하고 익살스러운 그림에 어른들이 공감하는 것은 의외의 성과였다”고 전했다.
○영화·개그 프로그램에서도 주류로 등장
TV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어린이를 소재로 한 코너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1학년 3반’은 초등학교 1학년으로 분한 어른 3명이 나와 개그를 벌인다. 한 학생이 놀림을 받은 뒤 화해를 청하는 친구에게 삐친 채 말하는 “됐거든”은 최고의 유행어가 됐다. 또 같은 프로그램의 ‘행님아’나 KBS ‘개그콘서트’의 ‘집으로’도 어른들이 어린이 역을 맡는 장수 코너.
웃찾사의 심성민 PD는 “‘어린아이들’이 속이 뻔히 들여다보인다는 이유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이
향수와 재미를 느낀다”며 “귀엽고 순수한 캐릭터는 프로그램에 양념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700만 관객을 끌어들이며 올 최고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상상력도 팝콘 비, 끊임없이
등장하는 나비 떼처럼 다분히 동심에서 시작한다. 동막골이란 이름도 ‘아이(동·童)처럼 막 살자’는 뜻에서
붙여졌다.
영화를 본 대학생 김진(26·여) 씨는 “반미영화라는 말도 있었지만, 이념을 떠나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며 “매일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도 너무 자극적이고 세상이 온통 싸움판인데
영화에서만큼은 심리적 위안을 얻고 싶은 마음을 겨냥한 것이 이 영화의 흥행비결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옷, 장신구 등에서도 키덜트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탈리아 의류브랜드인 돌체앤가바나는 지난해
미키마우스 이미지를 차용한 170만 원짜리 럭셔리 키덜트 티셔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무거운 책임감’ 벗어나고픈 심리?
김창기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키덜트 문화는 ‘약한’ 정도의 일탈이자, ‘나는 당신에게 해를 주지 않는다’
‘나는 착하다’는 점을 과시하면서 악수를 청하는 새로운 세대의 ‘마음 트기’로 보인다”며 “그것이 ‘좋았던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든, 사회적 권위 앞에서 어른들이 갖게 되는 무조건적 도피 심리의 발로든, ‘무거운 책임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현대인들의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을 가져도, 결혼을 해도 여전히 부모의 울타리에서 사는 20대 신인류들의
등장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도 키덜트 문화의 수요계층을 두껍게 만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허문명 기자 angel@donga.com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