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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멋스레 희롱하는 연출을..

bukook 2005. 9. 4. 10:12


길 거리는 나의 무대 지나는 향인은 너의 소리 없는 관객들

그들 위에서 그들의 시선을 받아서 그걸 내 엔진의 동력으로

내 목표를화려한 2005 x-mas와 년말과 거대한 2006의 년초를...

올 가을 패션 트렌드 Russia&Black…닥터 지바고의 ‘라라’ 탄생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더웠습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서울의 올여름을 살았다면 이렇게 읊었을 것이다. 한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땐 그 기세가 영원히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았으나 그 끝이 보이고 있다. 선풍기 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지고,반소매가 초라해보이기 시작한 이제 가을옷을 준비해야 할 때다.

이번에는 러시아다. 올 가을 여성들은 ‘닥터 지바고’의 ‘라라’로 다시 태어난다. 지난 여름 중국 인도 아프리카 중동 등지에서 불어온 이국(에스닉)의 바람에 흔들렸던 여성들의 마음을 새롭게 사로잡은 것은 귀족적인 우아함이 물씬 풍기는 러시아풍 패션.

코오롱패션 ‘쿠아’ 디자인실 문미영 실장은 “최근 패션은 개성이 강조되면서 각각의 문화에서 특색있는 모티브를 차용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면서 “이번 가을에는 특히 러시아 민속의상에서 영감을 얻은 프린트와 디자인들이 선두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한다.

러시안 스타일은 벨벳 모피 등 고급소재를 활용하고 자수 등 정교한 디테일 장식으로 화려함을 강조한 것이 특징. 허리선이 가슴부분에 있는 엠파이어라인의 실크 원피스,모피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재킷이나 조끼,꽃과 잎사귀 등을 수놓거나 크리스털로 장식한 모직스커트나 조끼 등이 대표적이다. 러시아 귀족여성을 떠올리게 하는 이런 스타일과 함께 러시아 군복에서 영감을 얻은 러시안 밀리터리룩도 있다. 어깨에 완장이 있고,버튼이 규칙적으로 여러 개 달려 있으며,황금색 자수로 멋을 낸 짧은 재킷 등이 그것.

닥스 디자인실 유영주 실장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러시안풍으로 입을 경우 오히려 촌스러워보일 수 있다”면서 다른 스타일과 같이 어울려 입도록 권한다. 러시안풍 패턴이 들어간 화려한 스커트에는 심플한 니트상의를 같이 입고,심플한 투피스에 모피로 장식한 조끼로 변화를 주는 것이 훨씬 멋스럽다.

다시 검정이다. 봄·여름에 만났던 울긋불긋 화려한 색상은 기억의 저편으로 물리고 올 가을에는 카리스마를 가진 검정과 사랑에 빠진다. 새천년 들어서면서 디자이너들은 인상파 화가들의 캔버스에서 빠져나온듯한 화사한 색상에 매료됐다. 따분한 색상 혹은 예식용옷에 머물던 검정이 이번 가을에 패션의 주인공으로 되돌아왔다.

검정 돌풍은 명품브랜드에서 특히 유난하다. 구치는 2005,2006 가을 겨울의 컨셉트 컬러를 검정으로 잡아 패션쇼 공간까지 온통 검정으로 도배했으며,샤넬은 80년 전 코코 샤넬이 선보였던 ‘리틀 블랙 드레스’를 컬렉션에서 재연했다. 이들 명품 브랜드들은 ‘올 블랙 코디네이션(All Black Cordination),즉 의상 전체를 검정색으로 입는 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패션정보컨설팅업체 ㈜아이에프네트워크 문소원 연구원은 “검정이 무겁게 느껴진다면 상하의의 소재를 달리하거나 시폰 실크 등 가벼운 소재를 이용해 섞어입기(믹스&매치) 또는 겹쳐입기(레이어드)로 포인트를 주라”고 말한다.

검정만큼 표정이 다양한 색도 드물다. 같은 검정이라고 해도 그 농도와 소재에 따라 느낌이 크게 달라진다. 올블랙 코디네이션으로 멋내고 싶다면 검정 새틴 스커트,검정 시폰 블라우스,검정 모직재킷 등 느낌이 다른 검정을 섞어 입어보자.

반짝이는 것이 아름답다. 새틴 실크 또는 벨벳에 가공을 해 광택감이 느껴지는 소재는 볼륨감을 살려주면서도 무거워보이지 않고 여성스럽다. 이만하면 올 가을 여성들이 빠질만하지 않은가. 베스띠벨리 디자인실 박성희 실장은 “아스트라칸 알파카 모헤어 등 클래식하면서도 볼륨감이 느껴지는 소재와 러시안 패션을 대표하는 모피도 가을 유행소재로 꼽히고 있다”고 소개한다.

김혜림기자 mskim@kmib.co.kr